한국 화장품의 역사
고대 : 단군신화를 보면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고 백일 동안 동굴 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으면 인간이 된다고 하였다. 민간요법에서 쑥을 달인 물에 목욕하면 피부가 희고 건강해지며, 마늘을 찧어서 꿀과 섞어 얼굴에 바른 후 씻어내면 잡티, 기미를 제거하는 효과기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단군신화에 나오는 쑥과 마늘의 사용이 화장 역사의 시초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목욕재계하고 향을 피운다든지, 신분계급을 나타내기 위해 장식물을 달고 색을 칠했다는 것 등은 서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피부를 보호하고 희게 가꾸려는 노력이 일찍부터 행해졌다는 것은 특이할 만한 사실이다.
삼국시대(고구려) : 수산리 고분벽화의 귀부인상, 쌍영총 고분벽화의 여인상을 보면 당시에는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화장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백제) : 중국문헌의 시분무주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백제인들은 엷고 은은하고 세련된 화장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문헌의 화한삼재도회를 보면 백제로부터 화장품의 제조기술과 화장기술을 전해 받아 화장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문헌들의 내용을 토대로 백제의 화장기술과 제조기술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음을 추축 할 수 있다.
삼국시대(신라) : 영육일치사상(아름다운 육체에 아름다운 정신이 깃든다)을 보면 신라인들은 남녀 모두가 자신의 외모와 미에 관심이 높아 몸을 청결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당시 유행이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를 동천에서 목욕을 시켰더니 몸에서 광채가 났다고 한다. 그의 왕후인 알영은 몸매와 얼굴이 남달리 아름다웠는데, 태어났을 때는 입술이 닭 주둥이 같았는데 북천에서 목욕을 시켰더니 입술이 아름다운 미인이 되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목욕 일화는 우리 민족이 일찍이 아름다움을 숭상하고 추구하였음을 보여준다. 남성인 화랑들도 여성들 못지않게 화장을 하고 귀걸이, 가락지, 팔찌, 목걸이 등 갖가지 장신구로 장식을 하였을 뿐 아니라 귀천에 관계없이 여성들이 향낭을 차고 귓불을 뚫어 귀걸이를 달고 장도를 지녔다. 불교의 전래는 화장과 화장품의 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목욕재계와 향 사용 등이 태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신라에서는 일찍이 백분과 연지를 만들어 볼과 입술에 사용하였다. 백분은 얼굴을 희게 보이도록 하여 결점을 감춰주어 널리 사용되었으며, 주로 쌀가루, 분꽃씨 분말, 조개껍질을 태워 빻은 분말, 백토, 활석의 분말 등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천연의 분은 부착력이 낮은 결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통일신라시대로 넘어가게 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납 성분을 가미하였다. 연지는 홍화와 돼지기름을 혼합하여 만든 것을 사용하였으며 눈썹은 굴참나무나 너도밤나무의 재를 기름에 개어 만든 미묵으로 그렸다.
통일신라시대 : 중국의 영향으로 통일신라시대의 신라는 삼국 시대의 신라 때보다 화려해졌으며, 연분을 제조하였다. 한 승려가 692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연분을 만들어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연분:부착성과 퍼짐성이 약한 단점이 있는 백분에 납을 첨가한 것이다.
고려시대 : 우리나라의 역사상 최초로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화장을 장려하고 화장법을 가르친 것은 고려 태조 왕건 때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신라를 정복하고 고려를 새로 창건한 왕건은 중국의 제도를 본떠서 궁궐 안에 교방을 새로 설치하고, 각 관아의 기생 가운데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단정한 여자들을 선발하였다. 기생들의 화장은 반드시 교방에서 가르친 방법으로만 하도록 했고, 그 방법은 머릿기름을 번들거릴 정도로 많이 바르고, 먹으로 눈썹을 가다듬어 반달처럼 가늘게 그리며 입술은 붉은색으로 연지를 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굴은 되도록 하얗게 보이도록 백분을 짙게 발라 피부를 창백하게 하였다. 이러한 고려 초기의 교방화장법은 조선말까지 기생들의 변함없는 화장법으로 이어져 왔는데, 이를 분대화장이라 한다. 반면 여염집 여인들은 기생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엷게 분을 바르고 연지를 바르지 않은 화장을 했는데 이를 비분대화장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 유교의 영향으로 화장은 기녀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짙은 화장을 천시했기 때문에 여염집 여인들은 평소 피부 손질을 위주로 한 소박하고 수수한 화장을 하였으며, 화장은 혼례나 외출의 의식행위로 그 의미가 변해갔다. 혼례 때에는 이마에 곤지, 양 볼엔 연지, 입술을 빨갛게 칠하였다. 기생들은 고려시대에서 이어진 화려한 분대화장을 했으며, 백분, 연지, 화장수 등과 함께 향낭이 기생층과 상류층을 중심으로 사용되었다. 점차 분대화장을 기피하고 한국인의 고유 미의식인 신체가 청결해야 마음도 청결하다는 사상, 즉 내면의 미와 외면의 미가 동일하다는 사상으로 바뀌었다.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가정백과 '규합총서'를 보면 미용법과 두발의 형태, 입술과 눈썹 그리는 방법 등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기록들이 기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러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수공업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늦은 산업화로 인해 외국의 화장품 기술력에 비해 뒤떨어졌다.
근대 이후 : 해방 이전 1920년대에는 유럽의 크림, 백분, 비누, 향수들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수입 화장품들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신식 화장품의 도입은 신식 화장법으로 발달되어 입술연지의 색상이 진해지고, 향수와 비누의 향이 강해졌다. 종래의 쪽 찐 머리는 파마 머리로 바뀌고 치마와 소매의 길이가 짧아졌으며 뾰족구두와 양산을 받친 신여성이 등장하였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근대적 화장품인 '박가분'이 등장한 것은 1922년 국산 화장품 제조허가 재 1호로 출범하게 되었다. 당시 외제품으로는 러시아제 크림이 유행하였는데, 러시아 행상들은 거리에서 북을 두 번 친 후 크림의 일본식 발음인 '구리무'를 외치며 판촉에 나서 '동동구리무'라 불리게 됐다.
근대 이후 : 1945년 해방을 계기로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되기 시작하였는데 콜드크림, 바니싱 크림, 포마드가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콜드크림: 화장을 지우거나 마사지할 때 혹은 기초 화장품 대용 등의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크림. *바니싱 크림: 콜드크림보다 유분이 적게 함유되었으며, 피부에 바를 때 불투명한 상태에서 피부에 바른 후 즉시 투명해져 사라지는 것 같은 현상을 나타낸다고 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일종의 영양크림.
1948년에는 서울시 위생과의 관리 하에 미용사 자격시험이 제정되었다.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 있던 사람들의 귀국으로 인하여 기초 미용 마사지법이 국내에 보급되었다.
현대 : 1950년대 6.25전쟁으로 인해 국내 화장품 시장은 위축되고 미군의 영향으로 밀수 화장품이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하였다. 1960년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이 본격화되어 화장품의 연구, 생산 및 품질관리 기술의 발달이 시작되었고, 화장품의 안정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1970년대 고도의 경제성장과 신문, TV, 잡지 등의 매스미디어의 보급으로 패션과 메이크업이 보편화, 대중화되었다. 화장품 업계도 활기를 띠며 사용하는 연료가 다양해졌고 사용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1980년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안전성과 평가기술이 발달했고 생명공학 원료를 사용하였다. 과거의 보습 및 피부 유연 효과 중심에서 벗어나 피부와 모발의 생리에 기반을 둔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하였다. 1986년 화장품의 수입 자율화로 선진국의 다양한 색조 화장품들이 수입되어 소비자가 자신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선택하는 소비자 시대가 되었다. 1999년 9월 화장품법이 제정되고 기능성화장품이 도입되면서 피부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의 효과를 지닌 제품과 기능성 소재의 개발에 대한 연구가 활발이 이루어졌다. 2008년 우리나라도 전 성분 표시제를 시행하면서 화장품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17년 기능성화장품을 확대하여 기존의 기능성화장품에 염모제, 여드름 완화제, 튼살 완화제, 탈모 완화제, 제모제, 아토피 완화제 등이 추가되었다. 2020년 기능성화장품의 확대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이 신설되면서 고객의 기호와 요구에 맞는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대를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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